여행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지금은 개발자에 도전하고 있는 29살 청년입니다. 하지만 저는 스포츠과학과라는 스포츠 분야를 전공했고, IT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비전공자입니다. 이런 제가 어쩌다 전혀 관련도 없던 분야에 도전을 하게 되었을까요? 저의 과거 얘기를 풀어보도록 할게요. 그냥 가볍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저의 꿈은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꿈을 위한 매개체는 바로 '스포츠'였구요.
저는 전남 광양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는 전남드래곤즈 프로축구단이 있었어요. 집에서 도보 5분 거리에!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럽게 전남 드래곤즈의 팬이었어요. 축구에도 엄청 열광했었죠! 고3 때에도 새벽마다 하는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는 절대 포기 못 했을 정도였어요.
여튼 중 3때 엄마의 지인을 통해 전남드래곤즈의 스카우터 아저씨를 만난 적이 있었어요. 이 분을 통해서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직업도 알게 되었구요.
* 스포츠 에이전트: 선수와 구단의 계약을 대행해주거나 엔도스먼트, 스폰서십, 연봉 협상 등 선수가 직접 하기 힘든 분야를 대신 해주는 사람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직업이 생소하기도 했고 매력적으로 보여서 많이 찾아 봤고, '제리 맥과이어'라는 영화도 봤어요. 그리고 에이전트라는 직업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373
그래서 고등학생이 되기 전부터 스포츠 에이전트(더 정확히는 FIFA에이전트)라는 명확한 목표가 생겼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축구선수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스포츠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채널도 없다고 생각해서 제 꿈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 좋은 목표라고 여겼어요. 스포츠 에이전트가 한국에서는 인식이 대중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에이전트로 성공해서 에이전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길 희망했어요.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3년 내내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목표에 최적화하여 내신과 수능, 학생기록부와 포트폴리오를 관리했어요. 그 결과 정말 운이 좋게도 제가 원하던 학교, 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스포츠과학과에 진학하고 나서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한 회의감
체대 네트워크가 생기다 보니 스포츠 에이전트 및 스포츠 마케팅 실무를 하시는 선배님들과 몇몇 관계자 분들하고도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그분들을 인터뷰하면서 회의감이 많이 들더라고요. 이 직업의 현실과 제가 꿈꾸던 상상과의 갭이 정말 컸고, 저와 잘 맞는 직업도 아닌 것 같았어요.
저는 스포츠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좋아하는 것이 일로 연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스포츠 팬심은 넘쳤지만 업무적인 부분에서 따져봤을 때 제가 원하던 일이 아니더라고요. 제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굉장히 어려웠어요. 16살 때부터 꿈꾸던 직업인데, 이를 놓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ㅠㅠ 많은 고민 끝에 결국 스포츠 에이전트 목표는 버렸습니다.
대기업 취업이 답이다?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이정표가 사라지고 나서 한 동안 많은 방황을 했어요. 제가 스포츠과학과에 입학한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다행히 똑똑하고 훌륭한 선배님들이 남겨 놓은 발자취가 많아서 그것을 따라 저도 대기업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가지고 대학 생활을 보내게 되었어요.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회사에 취업하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그렇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거였죠. 이게 가장 일반적으로 그릴 수 있는 미래였으니까요.
그래서 대학생 때 나름 열심히 살았어요! 공모전에도 참가하고(물론 광탈 ㅎ..) 학교 최초로 스포츠매거진 부서를 만들고 잡지를 창간하기도 했고, 대학 스포츠 부흥을 위한 마케팅 서포터즈도 하고 문화 마케팅 대외활동도 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봤어요.
그렇게 취업을 하기 위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활동들을 하면서 대학생활을 마치고 ROTC로 임관했습니다. 장교로 군 복무하면서 영어 점수도 획득하고 이력서 작성, 인적성검사 공부, 면접 준비 등 취업을 위해 공부했어요.
그런데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주도적으로 취업을 하고 싶은 것보다는 타인의 기준과 시선에 의해 떠밀린 것은 아닐까. 취업을 하면 내가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내 꿈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결국 취업 포기
이런저런 고민으로 너무 괴로웠고 취업준비를 하는 것 자체가 어느 순간부터 저한테 매우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전역 전 장교 채용으로 최종 면접까지 갔던 곳들도 있었지만 결국 다 포기했어요. 면접장에 가지도 않고.
대신 세계여행을 준비했어요. 장교로 모은 돈도 있겠다, 여행도 좋아하겠다, 지금이 세계여행을 할 기회야!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은 그냥 핑계고, 도피였던 것 같아요. 일단 여행 갔다 오면 얻는 것이 많겠지 라는 무책임하고 안일한 생각으로.
여튼 여행 계획을 짜던 도중 학과 선배 Lee한테 연락이 왔어요. 자기가 스타트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어요. 직접 만나서 비즈니스 아이템을 들어보는데 그게 바로 YATA(한국 여가 공유 플랫폼)였어요. 어차피 현실에서 도망가고 있던 입장이라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Go!!를 질렀죠.
제 꿈이 뭐라고 했었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였죠? 많은 사람들이 제가 만든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어요. 제 2의 이동건(마이리얼트립), 김범수(카카오)을 꿈꾸며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코인이 언제 떡상하고 나락갈지 모르는 것처럼 인생도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모르죠. 기계치에 인문적 마인드만 쌓아왔던 제가 현재 개발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요 ㅋㅋ... 비록 제가 3년 동안 피땀눈물을 쏟았던 제 스타트업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제 삶을 더 주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새로운 목표도 생길 수 있었어요.
이제 29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 많이 불안하기도 하고 실패로 인한 상실감도 꽤 컸지만, 여전히 꿈을 위해 상상의 노예로 살면서 지금 하는 일들에 몰입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창업 과정에서 실패했던 경험들을 디테일하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미숙하고 부끄러운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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