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적부터 축구에 열광했었다. 집 바로 뒤에 전남 드래곤즈 프로축구 구단이 있어서 매주 직관하면서 내 연고지 팀을 응원했을 정도였다.
축구가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직업을 목표로 정했고, 그에 맞게 고등학생 3년 동안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하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 경영학적, 경제학적, 그리고 법률적 지식을 요구하는 직업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과를 선택했었다.
운이 좋게도 원하던 학교, 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스포츠과학, 경영학 등 사회과학적 학문들을 공부하고, 그와 관련된 대외활동만을 했다. 가끔 교양 과목으로 이공계 관련 수업들도 들었지만, 이공계와 관련된 경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후에는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몇 명과 함께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창업 카테고리 역시 여행, 헬스 관련 분야였고, 역시 이공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IT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함)
이공계와는 거리가 먼 비전공자, 개발자에 도전
이렇게 29년을 살았던 내가 지금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SW 엔지니어를 목표로 공부를 시작한 시기는 고작 올해 4월부터이다. 새로운 목표를 가진 계기는 단순했다. 스타트업을 3년 동안 운영하면서 항상 소프트웨어적 역량의 부재를 아쉬워했고,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리지 못한 미약한 스타트업 입장에서 개발자를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직접 개발 공부에 도전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태 살면서 이공계와는 접점이 없던 나에게 있어 코딩은 정말 낯설고 어려웠다. 인프런에서 웹개발 관련 인강을 구매하고, 직접 만들고 싶은 웹사이트를 개인 프로젝트 삼아 공부를 했지만 역시 혼자서는 한계가 매우 컸다.
그러나 부족함을 느낄수록 더 많이 알고 싶고, 더 깊게 배우고 싶다는 욕구도 커졌다. 제대로 된 개발자가 되기 위해 개발자 지인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틈만 나면 개발 관련 정보들을 찾았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SW사관학교 정글'
정글 소개 영상과 장병규 의장님께서 정글과 관련된 인터뷰를 하는 영상을 시청했다. 그리고 난
무조건 정글에 들어간다. 거기서 살아남는다!
라는 목표가 생겼다. 우선 장병규 의장님의 인터뷰 영상에서 정말 인상적인 말들이 많았다.
정글의 목표는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기초 능력과 학습 태도를 가진 정예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
어떻게 해야 훌륭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지?
1. 평생 학습할 수 있는 태도
2. 팀워크
3. 끈기
현대 사회는 기술이 빨리 변하기 때문에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식을 스스로 습득할 수 있는, 평생 학습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
등등 예비 개발자 입장에서 정말 좋은 이정표 같은 말들을 많이 하셨다. 그리고 이런 정신을 5개월 동안 코딩에 몰입하면서 배울 수 있는 정글은 나에게 있어서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기 때문에 무. 적. 권! 입학한다!! 는 독기가 생겼다.
정글 지원
정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차 온라인 입학시험이 있고, 1차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이 있다. 정글에 지원할 때는 구글폼을 통해 나의 이력, 자기소개, 1분 소개 영상 등을 제출하면 된다. 다른 것들은 어렵지 않게 작성했지만 1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만 족히 5시간은 걸린 듯;; 긴장돼서 발음도 꼬이고 무엇보다 카메라 액정에 비추는 내 얼굴이 정말 어색해서 만족할 때까지 계에에속 촬영했었다 ㅋㅋㅋ
※ 주의할 점!
정글을 지원할 때, 구글폼을 통해 지원서를 제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적은 프로필, 이력, 자기소개 글을 따로 열람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정글 3기를 지원하실 분께서는 작성하신 글들을 다른 곳에도 저장해야 합니다!!
입학시험 공부
지원 기간이 끝나면 1차 시험을 위한 공부자료를 배부한다. 참고로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5만 원의 시험 응시료가 있지만, 접수비를 내고 받은 공부 자료는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알차고 유익하다! 물론 시험공부하기 3개월 전부터 파이썬과 웹개발 관련 공부들을 먼저 한 덕분에 공부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던 것 같지만, 이전에 혼자 공부하면서 막히고 해결하지 못했던 지식의 빈틈들을 이 자료 덕분에 잘 메꿀 수 있었다.
자료를 받고 나서 입학시험 보기 전까지 2주의 개별 공부 시간이 주어진다. 정글 웹페이지에 나온 것처럼 기초 수준의 웹개발이다.
(프론트부터 시작해서 백엔드 서버 구축, DB구축, 배포까지의 모든 과정을 학습하는 것이다 보니 처음에는 살짝 쫄았음..)
나는 개발 공부를 3달밖에 하지 않은 초보 of 초보였기 때문에 어려웠던 부분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2주라는 시간은 과제를 수행하고 체득하는데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입학시험
대망의 온라인 시험 날... 시험은 토요일 10시부터 17시까지 진행된다. 시험 난이도는 공부자료를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히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나는 시험 과제를 다 구현은 했지만, 한 가지 에러가 있었다.
시간이 부족해서 에러를 잡지 못한 상태로 제출... 지이이이인짜 분했다ㅠㅠㅠㅠ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에러가 있었고, 여전히 미숙한 내 실력에 화났다. 잠도 오지 않아서 저 망할 놈의 에러를 잡기 전 까지는 안 잔다! 는 생각으로 계속 디버깅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한 줄, 한 줄씩 콘솔 로그를 찍으면서 어느 부분이 원인인지를 파악하고, 크롬 개발자 도구에 찍히는 에러 문구를 구글링 하면서 해결!)
여하튼 나는 진짜 코딩의 초보이기 때문에 좀 헤맸지만, 코딩 공부를 해봤고 의지 충만한 분이시라면 충분히 면접을 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온라인 시험 합격 결과는 이틀 후인 월요일에 발표되었다. 1차 시험을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1차 합격!! 입학시험은 개발자가 되고 싶은 '의지'를 확인하는 목적이라고 하셨는데, 내 미천한 코드들과 결과물로 나의 절실함을 알아봐 주셔서 진짜 감사했다ㅠㅠ
면접 준비는 내가 작성했던 이력과 자기소개글 숙지, 정글이 나에게 필요한 이유, 개발자가 되기 위한 절실함과 의지, 앞으로의 계획 등을 생각하고 정리했었다.
면접 당일 날, 면접은 4대 3(면접관 4, 면접자 3)으로 진행되었다. 질문은 내 프로필과 경험을 위주로 물어보셨고, 나 역시 준비한 대로 솔직하게 답변했다.
최종 합격!
면접이 끝나고 나서 합격자 발표는 늦어도 월요일이 되기 전에 알려주겠다고 하셨다. 사실 면접 때 운영진님들이 다른 면접자에 비해 나한테 질문을 많이 하시지 않아서 조금은 불안했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담담히 결과를 기다렸다.
(담담히 는 아닌 듯. 속으로 겁나게 걱정하고 플랜B도 생각했었으니...ㅋㅋ)
여하튼 면접 다음 날, 나는 아침 8시에 눈을 떴다. 오랜만에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여유를 만끽했고,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서 문자가 왔다. 정글 2기 최종 결과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라...!
문자를 보자마자 심장이 미친 듯이 나대기 시작했고, 내 손은 누구보다 빠르게 노트북으로 향했다. 그리고 최종 결과 확인 결과....
합. 격.
얼쑤~~~~~! 3주간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그러나 마냥 기뻐하기는 이르다. 정글은 나에게 있어서 시작에 불과하다. 29살 비전공자, 게다가 이공계와 전혀 관련 없는 내가 좋은 회사의 개발자로 일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빡세고 압축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정글에서의 5개월 동안 전산학 기초를 배우면서 이공계 마인드도 장착해야 하고, 장병규 의장님이 강조하신 '평생 학습하는 태도'를 가지기 위해 평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글의 또 다른 목표는 '5개월 내 취업이 가능한 수준까지 성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정글에서의 목표를 취업으로 두진 않을 것이다. 개발자로서 공학적 마인드를 갖추고,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진다면 취업은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본질적으로 내가 훌륭한 개발자가 된다면 그 이후의 일들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3년 동안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다. 그 시간들이 날 더 단단하게 하고 독기를 품게 만들어줬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이상 이번만큼은 절. 대. 실패하고 싶지 않다. 개발자로 성공하고 싶다. 좋은 개발자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꿈을 실현시킬 것이고, 이 말의 무게를 책임지기 위해 진짜 악독하게 정글에 몰입하고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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