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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수실Log

답수실Log | 220925 | 한 번 발 들이면 딥해질 놈 내 예민함은 심해

by 답수 2022.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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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져들면 안 되는 망상
I know
내 직감은 위험해
한 번 발 들이면 딥해질 놈
내 예민함은 심해
...
- 에픽하이 '스포일러' 中

 

내가 진단하는 내 정신 건강은 나름 튼튼하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에너지보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더 큰 편이고, 산사태처럼 외부의 영향에 크게 휩쓸리지 않는다. 흔들린다 하더라도 빨리 회복하고 평소의 모습에 수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가끔씩 깊은 우울함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매우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그렇다. 그렇다면 이 감정의 원인은 무엇일까? 지금 같은 경우는 오늘 친한 동기의 결혼식이 있었고, 결혼 축하를 위해 몇 명의 동기들과 응원무를 췄었다. 우리 중에서 가장 응원무를 잘 춘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대학생 때부터 내가 추는 치어리딩은 나름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대학 축제나 학군단 무제, 그리고 여러 결혼식 축하 응원무를 추면서 한 번도 실수를 한 적도 없었고, 디테일한 부분들도 가장 표현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실수를 했다. 앞부분에 잠깐 스텝이 꼬이면서 동작이 틀렸던 것이다.

 

사실 사소하다면 매우 사소할 수도 있는 부분이고, 제 3자의 입장에 봤을 때 이렇게까지 부정적인 에너지에 갇혀 있어야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 스스로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자책하고, 심지어 자기혐오까지 이어지는 이런 불안한 심리 상태를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살아가면서 정말 안 좋은 일들을 다양하게 겪었지만 이렇게 딥해지는 것은 주로 자괴감, 그리고 패배감이라는 칼날이 나를 향할 때 발생한다. 타인이나 외부의 어떠한 환경에 의해서 발생한 나쁜 일들은 딥해지는 것 보다는 분노로 표출되며, 이는 휘발성이 강해 빨리 털어낼 수 있다. 반면 내 과오나 나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스스로 용납할 수 없어 딥해지는 상황이 오는 것 같다.

 

특히 스스로 완벽하다고 자신하거나(혹은 자만) 내가 생각한 잘함의 기준을 월등히 넘었다고 판단했던 영역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자괴감을 넘어 자기혐오까지 온다. 

 

물론 나는 내가 가진 결핍과 문제를 동기 부여의 자극제로 삼으면서 지금까지 성장해왔지만, 그 정도가 자기혐오라는 강한 기운까지 솟구치는 것은 막아야 할 것 같다. 매번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기름 삼아 달리게 된다면 언젠가 그 감정에 발을 빼지 못 하고 더 깊게 발버둥 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더 큰 문제는 나로 인해 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이 끈적하고 기분 나쁜 에너지들이 전염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감정 역시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멘탈이 강하다고 말하기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회복 탄력성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그럼에도 부정적인 에너지로부터 경계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지금의 감정을 이렇게나마 글로 남기고 있다.


흠. 사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이 만성(?)적인 심리를 고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게 두고 나는 최대한 다른 행동을 취하면서 이런 감정으로부터 멀리멀리 도망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다소 비겁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이길 수 없는 벽인 것 같다. 이를 깨려고 마주하는 것 자체가 괴로움을 증대시킨다. 그럴 바엔 이를 없애기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하면서 완화시키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내린 최선의 시나리오다. 예를 들면 밖으로 뛰쳐나가 집 앞 공원을 달린다던지, 아니면 지금처럼 쓰지도 못하는 글을 끄적거린다던지..!

 

뭐가 됐든지 거대한 산을 넘는 것 보다는 우회하는 방향이 도움이 될 때도 있을 것이다. 아마 평생 해결하지 못하겠지만 이놈과 매일 밀당하면서 적당히 이용하고, 적당히 밀쳐내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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