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4년 만에 군 시절 같은 중대에 있던 부사관 한 분과 전화를 했다. 이분(편의상 Y상사라고 하겠음)과의 관계는 내가 3중대 선임 소대장을 역임할 때 우리 중대의 정비관이셨다.
항상 유쾌하시고 유머감각이 뛰어나셨던 분이라 평소에도 스스럼없이 잘 지냈었고, 무엇보다 사진 찍기라는 공통 취미도 있어서 많은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Y상사뿐만 아니라 군대 시절 많은 부사관들과 정말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었고, 지금도 이분들을 생각하면 좋은 기억만 떠오를 정도로 나에겐 정말 좋은 인연들이다.
여하튼, 오랜만에 전화하면서 Y상사는 1년 전 본인이 어떠한 계기로 20년 넘게 사용하던 핸드폰 번호를 바꿨고, 번호를 바꾸면서 인간관계도 한 번 정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번호가 바뀌었을 때 좋은 사람들에게만 바뀐 번호를 알려줬었다고... 나도 그 메시지를 받았었고 당연히 Y상사의 번호를 바꿨었다.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나누면서, 자기한테는 왜 연락을 안했냐면서 서운함을 표출했다. 혹시 내가 너한테는 좋은 인연이 아니었냐면서 농담하시길래 나는 질색하며 절대 아니다! 31전차의 3중대 분들은 나한테 행운이고 과분할만큼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가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기도 했고, 성공하고 찾아가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내 말을 듣고 나서 Y상사는 내 뼈를 때리기 시작. 나는 무슨 사업 성공한 장덕수 대표, 아니면 대기업의 장덕수 과장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장덕수'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거라고. 막말로 내가 막노동을 하는 사람이든 백수든 상관 없고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거라고.
진짜 가슴 뭉클...ㅠㅠ 그냥 가끔씩 생각날 때 전화하는 사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연락을 가끔이라도 하게 되면 인연은 끊기지 않을 것이라고.
약 30분의 길지 않은 통화를 끊고 나서 많은 생각들이 든다.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계속 노력해야지 이어갈 수 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결국 인생의 자산이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이루고 싶은 것들을 우선적으로 바라보면서 살아왔고, 이를 성취하지 못한 나를 스스로 죄인이라 낙인 찍으면서 사람들과 연락을 소홀히 했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피했다는 것이 맞을지도.
연결고리가 없어지고 공통 집단이 사라지면 결국 사람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진다고 하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한 것 같다. 서로가 인연이라 생각하고 연락하려고 노력하면 평생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나 자체를 조금은 더 사랑하고, 나와 좋은 추억을 공유했던 사람들과 가끔은 삶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소소하지만 따뜻한 위안을 받은 오늘 밤은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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