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or Park - SUNBURNKID in WHERE DOES SASQUATCH LIVE?PART 1
요즘 음악을 듣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음악을 가장 많이 듣는 시간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외출할 때인데 작년부터 재택근무로 일하게 되면서 밖에 나가는 빈도가 거의 없어졌고,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음악을 찾는 시간이 줄어든 것 같다.
최근에 한 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I'm still fxxking christian!"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경쾌하고 동화스러운 멜로디에 그렇지 못한 가사에 꽂혀 나도 모르게 계속 흥얼거리게 되었고,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게 되었다.
노래의 주인은 지올 팍(Zior Park)이라는 우리나라 가수였다. 노래를 앨범 단위로 듣는 걸 좋아해서 역시 이 가수의 앨범을 들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듣고 있는 앨범이 바로 WHERE DOES SASQUATCH LIVE? PART 1이다.
앨범에 대한 소감은 성인용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또한 수록곡의 한 곡, 한 곡이 가지는 의미도 마냥 가볍지 않지만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SUNBURNKID
https://www.youtube.com/watch?v=Zzu1ZEfiG5M
모든 노래가 영화 같고 즐겁지만, 그중에서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준 노래는 SUNBURNKID라는 곡이다.
사회의 시스템에 물들어버린 내가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꿈을 잃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해 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노래다(개인적인 해석). 가사와 노래 멜로디가 밝고 희망 가득한 분위기라 뜻하지 않은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지난달 회사에서 워크샵을 갔었다. 마지막 날 자기 전에 같은 방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많은 말들이 우리 주변을 맴돌았고, 왜 개발자가 되었는지, 개발자로서의 목표 등 다소 진중한 주제도 나왔었다.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지금은 그저 생존을 위해 개발을 하고 있다. 3년 동안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많은 고생을 했고, 현실의 높이를 알게 된 이후로는 생존이 우선이었다. 오랫동안 나의 노력이 지속될 수 있는 분야가 개발 직군이라 생각해서 개발자가 되기로 했고, 지금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성장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다른 팀원 분은 적잖이 놀란 듯했다. 1년 전에도 이분과 같은 주제로 얘기를 나눴었는데, 그때 당시 내 대답은 이와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 1년 전 대답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지금은 개발자이기 때문에 내가 프로그래밍한 서비스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여하튼 이분께서는 눈앞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고 언젠가 다시 꿈을 꾸게 될 것이라며 희망적인 위로를 해주셨다.
사실 내 솔직함을 털어내고 나서, 그리고 위로를 받으면서 창피했다. 개발자라는 직업을 통해 내 꿈을 실현시킨다는 1년 전의 포부가 거짓말이었을까? 나 자신마저 속여왔던 것을 아니었을까? 혼란스럽다.
어린 시절부터 내 꿈은 같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는 사람. 그 수단으로 첫 번째는 스포츠 에이전트였고(포기), 두 번째는 스타트업 창업(실패)이었다. 물론 성공을 통해 경제적인 부유함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컸지만, 본질적인 꿈은 역시 긍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워크샵에서의 나는 꿈은 그저 상상 속의 유니콘으로 치부하면서 과거의 내가 밟아왔던 발자국들을 외면하려 했던 것 같다. 현재의 삶이 힘들고 현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과거의 내가 가졌던 마음가짐을 거짓으로 만들 수 없다.
그래서 SUNBURNKID 노래를 들으면서 나 자신을 노래의 주인공으로 대입하여 몰입하게 된 것 같다. 과거의 꿈을 위해 노력했던 나에게 미안함을 느꼈기 때문일까.
물론 현실은 당연히 냉정하고 시릴 정도로 차갑기 때문에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어리석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추운 현실에서 꿈이라는 작은 난로를 트는 것이 뭐가 문제일까. 현실을 등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절히 균형을 맞춰가며 꿈을 실현하며 노력하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해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