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도전기/[SW사관학교 정글] 개발일지

정글에서 살아남기 | ESSAY | 5개월 이후의 나의 모습? 일단 매주 몰입에 집중하자

답수 2021. 8. 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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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 온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그간의 시간을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벌써부터 빡세다....!!

정글 2기 면접 때, 장병규 의장님께서

 

'덕수님은 고등학교도 문과고 대학교도 스포츠과학과, 경영학과를 나오셨다. 이공계와 전혀 무관한데, 만약 정글에 와도 5개월이 헛수고일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냐?'

 

라고 질문하셨고, 나는

 

'이공계 마인드는 어떤 문제나 현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사고라고 생각한다. 비록 이공계와 관련된 직접적인 경험은 없지만, 대학생 때, 장교 생활 때, 스타트업할 때 많은 문제와 미션들을 직면했었고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붙잡고 매달렸던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히 이공계 마인드를 키워갈 수 있다!'

 

라고 호기롭게 대답했었다.(예상 질문 1순위여서 대답 바로 나왔음. 휴...!)

 

그리고 지금... 이날의 패기는 무색할 정도로 일주일 만에 좌절을 겪고 있다...ㅋㅋ 역시 쉬운 일은 없다. 심지어 내가 하면서 막히는 부분을 되게 쉽게 해결하는 동기들을 보면서 부담감마저 느낀다.

 

정글 SW사관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많은 경험들을 했고 매 순간 내가 해야 될 업무, 임무가 있으면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근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정말 절실했나?', '간절하게 원하는 수준만큼의 성과를 얻으려고 노력했나?'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열심히는 했지만 마음 한구석엔 '그때 조금만 더 집중할걸, 조금 더 명확하게 내 의견 주장할걸, 적극적으로 부딪혀볼걸' 같은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 정말 나는 최선을 다했을까?

기본적으로 내 성격이 타이트하지가 않다. 매사에 어떤 일이든 여유롭게 하려고 하고, 그러기 위해 미리 많은 것을 준비한다. 그래서 준비한 범위 밖의 일들이 발생하거나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오면 남들보다 더 큰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회피 심리로 소극적으로 변할 때도 있다. 더 최악인 경우는 '이 정도면 됐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할 때는 최선을 다해야지!'라는 비겁한 생각으로 합리화하기 시작할 때이다.

 

특히 스타트업을 창업했을 때 이런 심리적 자기 위안을 자주 했던 것 같다. 창업이라는 것이 기획, 마케팅, 개발, 노무, 인사 등 모든 분야의 일을 소수의 인력으로 해결해야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부족했고,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너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내가 준비한다고 한 것들이 무용지물일 때도 부지기수다. 그 순간에 직면할 때마다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결코 '최선'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런 원인 중 하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서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하지만 되려 생각의 덫에 걸려 선택과 결정에 방해를 받고,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급하게 마무리를 짓거나 심지어 실행까지 연결되지 못한 적도 꽤 있다.

 

즉 이건 한 순간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 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정글에 오기 전 걱정도 컸다. 내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제대로 몰입하지 못한 적이 많았는데 여기에서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쩌지?

.

.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현시점: 정말 쓸. 데. 없. 는. 걱정이었다. ㅎㅎㅎㅎㅎㅎㅎ

 

 

| 몰입의 질이 다르다. 나만 잘하면 무조건 실력을 키울 수 있다!

나조차도 내가 이렇게까지 온종일 한 가지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는지 몰랐다. 월요일에 입소하자마자 미니 프로젝트 과제가 주어져서 걱정할 시간조차 없이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기 위해 3박 4일간 몰입했다(진짜 걱정은 그냥 사치!). 그 과정에서 코딩으로 팀플레이를 하는 것이 처음이어서 생소했지만 즐거웠고, 서로 모르는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팀에 방해되기 싫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도 있고!

 

다만 부작용도 생각보다 꽤 컸다. 하루에 노트북 앞에서만 10시간 이상 매달려있다 보니 프로젝트 종료 후 물밀듯이 밀려오는 피로감이 상당했다. 나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동기분들을 살펴보면 WEEK00 첫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에 비해 텐션이 다소 내려가 있는 것은 기분이..ㅋㅋ 여하튼 나름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자신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주도적으로 몰입하면서 무언가를 해본 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체력과 정신력이 부족한 것 같다.

유명한 이 짤을 내가 사용하게 될 줄이야...

 

 

| 정글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5개월 동안 어떤 것을 얻어가고 싶은지, 어떤 자세로 임하고 싶은지, 정글이 끝난 후 나의 모습은 어땠으면 좋겠는지 등을 생각해보면서 에세이를 작성하시라고 과제를 주셨는데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많은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내가 해야 하는 것은 결국 매주 주어지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습하고, 성장하고, 그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29년 동안 이공계와 관련된 경험이 전무한 내가 프로그래밍에 도전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정글의 5개월은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매주 프로젝트에 전념하는 것이다.

 

정글에 들어오기 전에는 좋은 개발자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적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냥 매주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르고 싶다. 류석영 교수님 조언처럼 조급해하지 말고(사실 지금도 겁나 급하지만..), 남들과 비교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모르는 것은 빨리 흡수하면서 성장을 즐기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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